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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특히 식물에서 추출한 생리활성 물질은 수천 년 동안 전통 의학의 중요한 자원이었으며, 현대 의약품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항암제 역시 예외는 아니며, 실제로 현재 널리 사용되는 항암제 중 상당수가 식물 유래 천연물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기준 식물성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항암제 개발 현황과 그 과학적 근거,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살펴봅니다.
식물 유래 항암제의 역사와 대표 약물
천연물 기반 항암제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바로 **파클리탁셀(Paclitaxel)**입니다. 이는 태평양 주목나무의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로, 세포분열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유방암, 난소암, 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빈블라스틴(Vinblastine), 빈크리스틴(Vincristine) 등이 있으며, 이는 인도 마다가스카르 자스민에서 유래한 알칼로이드입니다.
이 외에도 도코르비신(Doxorubicin)은 스트렙토마이세스 균주에서 유래한 천연물 기반 항암제로, 혈액암과 고형암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천연물은 독성, 생물학적 반응성, 세포 사멸 유도 능력을 고루 갖춘 화합물의 보고로 평가됩니다. 식물성 천연물은 복합적인 작용 기전을 지녀, 단일 표적이 아닌 다중 경로에서 항암 작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물 유래 항암제는 채취와 생산 과정에서 비용이 높고, 성분의 순도 확보가 어려우며, 약효가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천연물 유래 구조를 기반으로 한 ‘반합성 항암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기존 천연물의 구조를 변형하여 약효를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식물성 항암 화합물과 작용 기전
최근 주목받는 식물성 항암 성분으로는 **커큐민**, **레스베라트롤**, **진세노사이드(사포닌 계열)**,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등이 있습니다. 이들 물질은 비교적 낮은 독성에도 불구하고 항염증, 항산화, 세포 주기 조절, 암세포 자멸 유도 등의 다양한 생물학적 효과를 가지고 있어 보완적 항암 치료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큐민**은 강황에서 추출되는 성분으로, NF-kB, STAT3 등 주요 염증 경로를 억제하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합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등에서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생체 이용률이 낮아 경구 투여만으로는 효과가 미비하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나노 커큐민 제형**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진세노사이드**는 인삼에서 추출되는 사포닌 계열 물질로, 면역 조절 및 항암 효과가 보고되어 왔습니다. 일부는 암세포의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유도하거나 혈관 신생 억제를 통해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EGCG**는 녹차 추출물의 주요 성분으로, 암세포의 성장 억제, DNA 손상 보호 작용 등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성분은 단독 사용보다는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거나, 항암 효과를 보완하는 ‘보조요법’으로 임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부 식물성 항암보조제가 임상 1/2상에 진입해, 항암제 독성 감소와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상용화 가능성과 천연물 기반 항암제의 미래
천연물 기반 항암제는 여전히 매력적인 개발 분야이지만, 상용화까지는 몇 가지 장벽이 존재합니다. 먼저, 천연물은 복합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 규명**이 어렵고, **국제 표준화 및 임상 재현성 확보**가 도전 과제입니다. 또한 식물 성분은 농도 변화가 크고, 유효 성분 추출의 경제성 측면에서도 합성 약물보다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고순도 단일 성분 추출 기술 ▲나노제형화 기술 ▲천연물 기반 AI 스크리닝 플랫폼 등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화합물 검색 기술은 수천 종의 식물 유래 성분 중 유망한 후보를 조기에 선별하고, 약효·독성 예측을 통해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국내외에서 천연물 기반 항암물질을 포함한 **보완·대체의학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는 식약처가 ‘천연물 기반 항암 신약개발 지원센터’를 통해 기업과 병원을 연계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암 예방에서부터 보조 치료, 삶의 질 관리까지 천연물의 역할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다제 병용 전략에서 식물성 화합물은 중요한 치료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