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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예방 백신은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거나, 암세포가 발생하기 전에 면역 반응을 유도해 암 발생 자체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HPV 백신과 B형 간염 백신은 대표적인 상용화된 암 예방 백신이지만, 최근에는 mRNA 기술, 종양 항원 기반 백신, 개인 맞춤형 예방 플랫폼 등 다양한 차세대 백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암 예방 백신 연구 흐름과 상용화 가능성을 정리합니다.

    상용화된 암 예방 백신의 효과와 한계

    현재까지 실제로 사용 중인 암 예방 백신은 두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첫째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으로, 자궁경부암, 항문암, 구강암, 생식기암 등 HPV 관련 암의 발생을 예방합니다. 둘째는 B형 간염 백신으로, 장기적인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간세포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 두 백신은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으며, 10~20년 이상의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그 효과가 입증되어 있습니다.

    HPV 백신은 9가 백신 기준으로 90% 이상의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를 보이며, 남성에게도 항문암 및 생식기암 예방 효과가 입증되어 전 성별 대상 예방접종이 권장됩니다. B형 간염 백신도 간암 예방에 있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가이드라인에서 1차 예방 전략으로 적극 권고되고 있습니다. 이 두 백신은 "암 백신의 현실적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암이 바이러스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암 예방 백신은 전체 암의 약 15% 정도를 예방할 수 있지만, 폐암, 유방암, 췌장암, 대장암 등 흔한 암들은 예방 백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암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종양 항원 기반 또는 유전체 기반 기술을 필요로 하며, 이는 전통적 백신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적 접근을 요구합니다.

    차세대 암 백신 기술 개발 동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르게 발전한 mRNA 백신 플랫폼은 암 백신 개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mRNA 백신은 특정 종양 항원의 유전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체내 면역세포가 해당 항원을 인식하고 학습하게 만들어 암세포 공격 준비를 하는 원리입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들은 고위험군 대상 암 예방 mRNA 백신을 활발히 개발 중이며, 일부는 임상 1/2상에 진입해 안정성과 면역 유도 능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폐암, 흑색종, 췌장암 등을 대상으로 하는 mRNA 예방 백신이 있으며,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자나 고위험 환경 노출자(흡연자 등)를 대상으로 예방적 투여가 가능할지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암 치료용 백신보다 개발 난이도는 높지만, 성공 시 질병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접근은 '암 전구 단계'에서 암세포의 비정상 항원을 인지하고 제거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대장 용종, 간 섬유화, 전립선의 고등급 이형성증 등을 표적으로 한 백신이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는 동물 모델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백신은 '초기 병변을 표적으로 하는 예방 치료'라는 점에서 기존 백신과의 차별성을 갖습니다. 단, 백신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고감도 조기 진단 기술과 병행되어야 하므로, 정밀의료와의 통합이 요구됩니다.

    상용화를 위한 과제와 글로벌 전망

    암 예방 백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명확한 종양 항원이 존재해야 하며, 이 항원이 고위험군에서만 발현되는 생물학적 특성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백신이 유의미한 수준의 예방 면역 반응을 유도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셋째,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실제 암 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추는 결과를 보여야 하며, 이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도전 과제입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차세대 암 백신은 1상 또는 2상 임상에 머물고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최소 5~1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고위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백신은 더 빠르게 도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BRCA 변이 보유자, 유전성 대장암 증후군 환자, 간경변 보유자 등은 예방 백신 타깃군으로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글로벌 보건기구도 암 예방 백신 개발에 주목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유럽연합,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은 공공 주도의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2025년 기준으로 mRNA 기반 암 백신 관련 임상시험을 5건 이상 승인했으며, 국내 기업과 병원 간 협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암 예방의 패러다임은 이제 ‘정기검진’에서 ‘백신 기반 선제적 차단’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안에 또 다른 암 백신의 등장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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